[norway] 넛셀투어 (오슬로-베르겐 구간)

2019. 7. 29. 15:10TRIP ㅣ XUAN zai nar ?/Norway_Oslo.Ber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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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예약

넛셀투어 공식 홈페이지에서 했다.
홈페이지에서 시간표를 확인 후 개별로 예약하면 10만원정도 싸게 한 사람도 있다고 했는데, 나는 모든 게 귀찮았다. 지금도 딱히 후회하진 않는다.
다만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꼭 플롬에서 1박할 것 같다. 자연 속에서 책읽고 수영하고 피톤치트 좀 만끽하고 싶다.


1. Oslo - Myrdal



아침 8:25 오슬로에서 미르달에 가는 기차를 타야하는데 QRcode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전 날 오슬로 중앙역에 가보았지만 창구는 닫았고, 투어리스트 도와주는 사람들도 그냥 내일 기차에 타서 물어보라고만 했다. 불안해 죽겠어서 당일 1시간 전까지 기차역으로 와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아침도 좀 사고, 이런저런 식량도 쟁이고 그냥 그렇게 앉아있었다. 1시간은 사실 금방이다.

기차가 도착하고 승무원에게 물으니 좌석 번호를 알려줬다. 휴...그제서야 안도한 이 죽일 놈의 걱정병!
“내가 문제가 좀 있는데요~~” 라고 했더니 ”어 그거 문제 아니야 그냥 너 표 안 받은 거야”ㅋㅋㅋㅋㅋㅋ역시 쿨하다. 아... 어제 좀 일찍 와서 티켓을 받아둘걸.
앞으로 다음 환승 때의 티켓도 계속 걱정이 됐다.

기차역에 타서는 무료 커피도 있고 케이블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크고 깨끗하고 추웠다. 피요르드 대비하라고 추운가보다 하고 잤다. 자고 자고 끝이 없도 가면서 왼쪽 오른쪽 번갈아 나타나는 뷰를 봤다. 여기저기서 계속 사진 찍고 동영상 찍어댔다. 그냥 이따가 어차피 충분히 즐길테니 자다 보다 자다 보다 했다. 심심해서 커피랑 번이랑 셋트 55크로네에 사먹고 기분도 좀 냈다.


2. Myrdal - Flam



4시간이 지났다 미르달에 도착했다. 상점에서 마그넷도 하나 샀다. 환승은 간단했다. 그냥 건너편 플랫폼, 플롬행 산악열차를 탔다.
아, 산악열차를 기다릴 때 역무원 분이 짐 가진 사람 다 불러모으고선 알아서 옮겨주겠다고 하시는데 어찌나 나이스하신지. 그냥 드리고 플롬에서 찾으면 된다.
블로그에서 왼쪽으로 타라, 3인용 좌석으로 타라 하는데 사실 모르겠다. 뷰가 좋으면 그냥 일어나서 사진 찍으면 되는거고, 어차피 열차 안에서 사진 찍어봤자 예쁘게 나오지도 않는데 그냥 눈으로 충분히 찍으면 되지. 게다가 시속 20km로 운행하기 때문에 뭐든지 즐기기에 충분하다.

중간에 어떤 폭포에서 5분간 정차해준다. 나는 문 내리자마자 난간에 붙어서서 그 순간을 만끽했다. 폭포는 비처럼 내리고 시원하고 아름답고 장관이다. 빨간 드레스 입은 여자가 무용을 하는데 정말 아름답다. 입이 떡 벌어진다. 한 명이 스으윽 가면 저어어쪽에서 또 한 명이 나타나고 그렇게 반복하다 마치 폭포로 떨어질 것 같은 제스처로 끝이 나는데, 예술 속에 예술이다.

3. Flam-Gudvangen



플롬에 도착하면 그 짐을 다시 받고 당연히 보관소에 넣으려고 했는데, 보관소는 코인라커가 아니고, 개당 70크로네이고... 당연히 들고 다니기로 결심. 근데 중요한 것은, 플롬에서 무엇을 하느냐. 그냥 잔디밭에 앉아 사 온 음식을 먹을 뿐이다. 굳이 짐을 맡길 필요가 있나 싶고, 그냥 한 명이 짐 맡아두고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고 뭐 좀 사먹고, 호텔 무료 화장실 한 번 다녀오면 1시간 반도 후딱이다. 금방 2시다.

1번 플랫폼 크루즈에서 줄 서는데 한 쪽은 넛셀투어 전용, 한 쪽은 그 외의 예약자 전용이었다, 어차피 들어가면 다 똑같지만 넛셀투어 예약줄은 오래 기다려야 한다. 외국인들 죄다 넛셀투어 예약했다. 노르웨이 관광청 이걸로 먹고 산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타서 바로 실내에 자리 잡아두고 2시간 내내 갑판 위를 휘젓고 다녔다. 어디든 장관이다. 대자연앞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던데 나는 마냥 웃고만 다녔다. 한동안은 배 밖으로 다리를 뻗고 앉아 난간을 붙잡고 있었다. 행복했다.

대자연 앞에 모든 것이 작고 허무하다기 보다, 여기까지 온 것도 정말 큰 돈인데, 돈 버는 거 오질나게 불행하고 돈 쓰는 건 정말이지 쉽고 행복하구나 느꼈다. 아 이러려고 돈 벌지, 돌아가면 빨리 돈 벌어야지 이런 데 하나라도 더 오지, 돈 벌자! 화이팅! 동기부여 팍팍했다.


4. Gudvangen - Voss



배에서 내려 그냥 앞으로 죽 가면 버스들이 즐비하고 그냥 아무데나 필이 가는 데로 가서 짐을 싣고 기사님에게 한 번만 확인하고 타면 된다. 혹시나 하면 역시나다. 이것도 블로그에서 하도 왼쪽으로 타라고 해서 왼쪽으로 탔는데, 그렇다, 이건 왼쪽이다. 폭포가 나오고 장관이다. 네버엔딩 넛셀, 돈 값하는 넛셀!


5. Voss - Bergen

한 시간 정도 가면 Voss이고, 전광판으로 플랫폼 넘버 확인만 하고, 티켓오피스 가서 좌석 번호 좀 얻으려고 했더니만, 외국인들 바우처엔 버젖이 적힌 좌석 번호가 내꺼에만 없었다. 직원은 우스갯소리로 그냥 서서가면 된다 했다. 허허허 알았다 이 놈아,
플롬에서부터 자꾸 마주치는 루마니안아메리칸 스윗걸이 이렇게 저렇게 알려주는데, 나 지금 급하다고, 너는 다음 버스 탄다며....알았어 너 베르겐 가지, 이틀있을거지, 나도야, 근데 우리 또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가서 보자, enjoy! 하고 후다닥 플랫폼으로 올라왔다.
남편도 플랫폼 앞 기계에서 이래저래 찾아봤나보다. 다 안 됐다. 기차 왔다. 일단 타자. 역무원은 아무데나 앉으란다. 앉았는데 뺏겼다. 왜 누구는 있고 누구는 없냐고 똑같은 돈 냈는데, 휴. 다시 물어보니깐 또 똑같은 얘기. 알았어...그냥 갈게...
근데 신기한 게 로컬 사람들은 그냥 기차 타고 티켓을 산다. 진짜 free seat 맞나보다.


6. Bergen



베르겐에 9시쯤 도착하니, 음식점도 다 닫고 슈퍼도 닫아서 남은 햇반과 라면을 먹었다. 배가 불러 편의점에 가보니 그 쪽은 음식점도 또 다 열었다. 근데 아무 상관 없다. 이 뷰를 보라. 아직도 노르웨이 대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고, 그리고 이런 도시에서 2일이나 더 머물 수 있다니,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7. 넛셀투어



넛셀투어 꼭 하자! 피오르드 꼭 보자!
행복은 열린 문! 아직도 행복해, 이 기분으로 버티는 거고, 이 기억으로 사는거지 뭐, 인생 뭐 있나!